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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설명 3> 본원통화 창출의 난이도

 

금본위제 하에서라면 정부가 세입(稅入)을 넘어서는 추가 재원을 조달해서 집행하기를 원하면(바로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금화 내지는 금 보관증)을 빌려와야 할 것입니다. 역사에 나타난 사례들을 보면 주로 은행가들과 부유한 상인들에게서 빌려오게 됩니다(위 표에서 ‘정부의 적자재정 조달’ 항목 참조).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기록이 프랑스에 남아 있는데,

18세기말에 프랑스의 혁명정부가 그린백에 해당하는 아시냐 지폐를 발행하기 직전 상황을 보면, 40명 정도되는 은행가들과 부유한 상인들이 정부에 대한 채권자들이었습니다.

 

1788년 한 해 동안 프랑스 정부가 이들 40명의 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 하는 채무(상환 만기가 된 원금과 이자)가 그 해 예상되는 총세입의 63%에 달했습니다.

프랑스 전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 중 63%가 매년 원리금 상환을 위해서 40명의 채권자들 수중으로 들어가고, 남는 37%만을 가지고 국가의 재정을 집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발로 그린백 운동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린백 진영의 주장은 아주 짧게 요약한다면,

도대체 왜 국가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오는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올 것이 아니라 돈을 찍어내면 된다, 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국가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게 되면 나중에 상환만기가 돌아오면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은행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앞서 프랑스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국가가 직접 돈을 찍어내게 되면 나중에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누군가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일은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린백 운동이 태동하게 되는 것은 이 차이 때문입니다. 왜 국민들의 혈세로 은행가들의 배만 불리느냐,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국가 경제가 그린백시스템을 채택하게 되면,

본원통화인 지폐의 신규창출은 전적으로 발행권자인 국가의 결정 여부에 따라 그냥 인쇄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다른 제약조건은 없습니다.

정부가 세입 이외에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경우에도 은행으로부터 대부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고, 필요한 액수만큼의 돈을 그냥 찍어내면 됩니다.

단 국가는 이렇게 자유롭게 돈을 찍어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경제를 운영한 최종적인 결과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이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불태환 화폐제도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팽창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그린백시스템에 해당하는 얘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얘기를 신용(통화)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하면 그것은 틀린 얘기가 됩니다.

 

그럼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어떻게 본원통화를 창출하는 것일까요?

먼저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신용창조의 결과물인 신용통화 만이 아니라, 본원통화 자체도 역시 빚을 수반함이 없이는 ‘절대’ 공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 그린백시스템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신용(통화)시스템 하에서 본원통화인 지폐가 신규 창출되는 절차는 좀 미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평상시에 본원통화의 공급은 원칙적으로 ‘공개시장 조작(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 등의 유가증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고 그 매입 대금으로 본원통화를 내어줌으로써 본원통화가 경제 내에 공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 본원통화 공급분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되고, 그 대신 중앙은행으로 들어온 국채는 그에 대응하는 ‘자산’으로 기재됩니다. 이렇게 해서 대차대조표는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즉 이 경우를 보면 본원통화의 공급이 ‘빚’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누군가에게서 채권을 매입했다는 말은 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 외에 금융위기가 터졌을 경우, 중앙은행은 최종 대부자로서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부’를 해줌으로써 본원통화를 공급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불편한 경제학’ 4장의 헬리콥터 벤에 대한 오해 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경우에도 역시 대부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본원통화의 공급은 빚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만 말씀드리고 지나가겠습니다.

 

결국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평상시든 비상시든 본원통화가 빚을 동반함이 없이는 결코 공급될수 없으며, 이 점이 그린백시스템과 구별되는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다음으로 통화시스템 비교표에서 본원통화 창출의 난이도를 언급하면서 신용(통화)시스템 쪽이 ‘일정량까지는 그린백시스템보다 더 쉽다’고 말씀드린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신용(통화)시스템에서 평상시에 본원통화의 공급은 원칙적으로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고 그 매입 대금으로 본원통화를 내어줌으로써 본원통화가 경제 내에 공급된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고 본원통화를 내어줄 때 이 본원통화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요?

 

그냥 윤전기에서 찍어내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원하는 만큼 그냥 윤전기를 돌려 찍어내면 되고,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조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도 있는 본원통화의 창출을 중앙은행 임의대로 한다는 것, 중앙은행 마음대로 얼마든지 그냥 찍어내도 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처럼 Fed가 민간소유인 경우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본원통화 공급의 반대급부로 국채가 중앙은행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본원통화가 얼마가 창출되든 그 만큼에 상응하는 ‘적격’ 국채가 중앙은행으로 들어오면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적격 유가증권이 중앙은행으로 들어오고 본원통화가 시장에 공급된다는 얘기는, 시장 입장에서 보면 본원통화를 대출받은 것입니다. 시장이 스스로의 의욕에 의해서 ‘부채를 짊어지면서’ 유동성을 공급받는 것이므로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적격 증권이란 나중에 문제없이 상환이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상환되는 시점에서는 본원통화가 환수될 것입니다.

 

이처럼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한(그리고 적격 증권을 제공하는 한) 중앙은행이 아무런 제약조건 없이, 얼마든지 그냥 윤전기를 돌려 현찰을 찍어내서 제공하면 되므로 본원통화의 창출이 아주 쉽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그린백시스템에서보다 더 쉽습니다. 그린백시스템에서는 반드시 빚을 수반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없고 국가가 결정하면 되므로 역시 본원통화의 창출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빚을 수반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없는 만큼, 발행에 유의하지 않으면, 과다발행으로 언제든지 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린백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 국가는 본원통화의 창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됩니다. 국가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는 만큼 의회의 동의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그냥 윤전기를 돌리면 되는 신용(통화)시스템 쪽이 본원통화의 창출이 더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표에서 요약한 대로 되는 것입니다.

본원통화 창출의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일정량까지는 신용(통화)시스템 쪽이 더 쉽다, 그러나 무한창출은 불가능하다.

 

이게 바로 다른 통화시스템에 대한 신용(통화)시스템의 강점입니다.

일정량까지는 가장 쉽게 통화팽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 발전이 촉진된다, 하지만 시스템 구조적으로 무한창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스템 자체가 망가지는 위험은 방지된다.



Posted by sai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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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병혁
    2010.04.20 14:5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방명록에 글을 남겼는데 질문 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좀 봐주시고 의견을 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2013.07.15 13:3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지금은 반짝반짝 빛이 나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빛은 사라저버릴거야,지금 우리처럼
  3. 독자
    2016.12.23 18:3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미국의 printing money가 무슨뜻인지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들어오게 됐는데
    너무 쉽게 깨우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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