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도설명 4> ‘이자 없는 돈’의 존재가능성

 

 

불편한 경제학’ 2장에서 소개한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전에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로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댓글이나 답글을 통해 이런 경우에는 이자 없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해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다같이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을 여기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은행이 이자수익을 통해 생겨난 순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이자’에 해당하는 돈이 다시 경제 내로 주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제기가 있었습니다.

 

이 의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자면,

 

먼저 은행업이라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자본투자(본원통화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주십시오)가 필요하다, 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사든지 최소한 임차하든지 해야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은행의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배당금은 통상 이 투자금(이 투자금 역시 빚을 수반한 돈임에 유의)에 대한 최소한의 수익금(통상 투자금이 발생시키는 이자를 갚을 정도.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정도)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배당금을 급증시킨 사례처럼 특수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배당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기회비용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입니다. 이는 당연한 원리입니다. 왜냐 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자본은 팽창을 지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팽창을 지향하지 않는 자본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자본이 끊임없는 팽창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본이나 자본가 스스로도 거부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이는 바로 마르크스가 지적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주주에게 주어지는 배당은 투자금이 수반하는 빚이 발생시키는 이자비용을 갚을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역시 다른 사람들의 원본을 가져온 것에서 생겨난 것일 뿐입니다. 즉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보충해주지 못합니다.

 

 

2) 국민 누구나가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은행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말씀을 주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불편한 경제학’ 186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현행 통화시스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많이 거론하는 유명한 사례를 하나 제시한 것이 있습니다.

 

돈이 금화라고 할 때, 1달러를 연 6% 복리로 빌리면 40년이 안 돼 10달러가 됩니다. 10배가 넘게 되는 것입니다(<그림 2-13> 복리 그래프 참조).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의 양이 늘어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그 가운데 10%를 연 6%의 복리로 빌려주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40년 안에 이 세상의 금화는 모두 은행 차지가 될 것입니다.

 

제가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자뺏기 게임이 벌어지게 된다(메기의 존재)고 말씀드릴 때에는 ‘은행 밖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 누구나가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은행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은, 은행도 ‘경제 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은행도 경제 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까, 는 제가 위에서 제시한 사례를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아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위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은행으로 부가 집중되면 될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부의 집중으로 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불편한 경제학’ 3장에서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은행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사라질 수 있는 길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은행의 주식을 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 소유하고, 은행의 영업활동으로 인해 생겨나는 순익을 내부에 유보시키지 않고, 모두 국민주주들에게 배당한다면 문제는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실현되었다는 얘기와 같은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은행 시스템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을 국유화 할 것을 주장했으니까요.

은행의 주식을 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 소유한다, 은행의 순익이 모두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는 얘기는 곧 은행을 국유화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국이나 대한민국에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실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3) 그럼 현실적인 실물 경제에서 정말 은행의 팽창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이는 자본주의 역사의 진행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경과하여 자본주의가 성숙 단계에 이르면 예외없이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되는 결과로 귀착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운용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고 금융자본에게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반면 금융자본은 신용창조를 통해 무()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조달하는 데에 어떤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물론 예금자에게 예금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만, 언제나 예금이자보다는 대출이자가 높도록 예대마진이 보장되기 때문에 신용창조를 반복하기만 하면, 자본조달에 비용이 들지 않는 셈입니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그리고 경기변동이 몇 차례 발생하기만 하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는 ‘시간문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경제에는 순환주기가 있습니다. 경기는 항상 변동합니다. 산업자본은 경기의 변동에 취약한 것입니다.

불황 때문에 산업자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금융자본은 이를 출자 전환하여 주식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매우 쉽게 산업자본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구조상 금융자본이 이길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시간은 금융자본의 편이므로).

 

이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증이 된 사실입니다. 몇 번의 금융공황을 거치다 보면 결국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완전히 지배하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동안 금융 관련 법규에 금산분리의 원칙이 존재했기 때문에 금융자본에 의한 산업자본 지배 현상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규의 개정이 이루어진 상태라서 우려스럽습니다.)

 

 

4) 부도가 나면 그 부도가 난 금액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게 된다, 는 이의제기가 있었습니다.

 

이 지적은 맞는 말입니다. 부도가 나면 그 액수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 부도가 나면 사회 내의 나머지 경제주체들은 부도난 주체가 소비해준 돈(이면서 은행이 회수해가지 못한 돈) 덕분에 (메기의 압박으로부터) 다소간 숨통이 트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부도가 난 금액 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게 된 것이므로 신용(통화)시스템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은 통화가 과잉공급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회 내에는 인플레이션이 생겨날 요인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아야 신용(통화)시스템의 강점이 발휘되도록 제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신용(통화)시스템은 이와 같은 사태를 기필코 막고자 합니다.

 

그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불량자를 그토록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유가증권을 매입함으로써 본원통화를 공급할 때 유가증권의 ‘적격성’을 매우 엄밀하게 따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매입한 유가증권이 부도가 나 버리면, 그 부도난 금액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되어버립니다. 그만큼 경제 내에 과잉 본원통화를 공급한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러한 사태를 극력 피하도록 시스템이 짜여져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보면, 부도가 난다는 말 자체가, 영구적인 팽창은 불가능하다, 중간에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있다, 는 말과 같은 얘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역사의 진행은, 중간중간 무너짐(=부도가 남)으로써, 빚 잔치를 벌여 회수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회수(그 결과 통화량이 줄어들게 됨 -> 신용수축)하고, 부도가 난 금액 만큼은 강제로 부채탕감을 시키고 함으로써, 거품을 뺀 후(GDP 대비 100%대 정도로) 다시 새출발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도가 나면 사회의 나머지 경제주체들에게 그 금액 만큼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긴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통화의 과잉 부분이 결국 대출금의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은행으로 흡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경제는 결국 다시 팽팽한 긴장상태(메기가 압박하는)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5) 중앙은행의 활동에 따라 생겨난 순익(그 대부분은 공개시장조작 활동의 결과 보유하게 된 국채의 이자 수익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입니다)이 국고로 환류되는 것이,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하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지적은 아마도 화폐제도를 둘러싼 음모론의 영향을 받아 생긴 듯 합니다.

화폐제도를 둘러싼 음모론의 논리 전개 과정을 보면, 중앙은행이 경제에 모든 돈을 공급하는 것처럼 설명합니다.

 

그 결과 은행이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음모론의 영향을 받은 분들의 경우, 사회 내에 존재하지 않는 이자를 거둬가는 주체를 중앙은행과 동일시하는 듯 합니다.

 

이와 같은 동일시의 결과로, 중앙은행의 순익이 국고로 환류되는 것이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현대 경제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돈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 점이 현대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뼈대가 되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헷갈려버리면 모든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가 틀어져버립니다.

 

불편한 경제학에서 제시해드린 < 2-1> 우리나라의 월별 유동성 지표와 <그림 2-3> 우리나라 역대 유동성 지표 추이 그래프를 보면,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 금액과 여러 유동성 지표의 금액 비율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본원통화를 광의유동성 L 과 비교해보면, 그 비율이 3% 미만입니다. 나머지 97% 이상은 모두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로부터 생겨나는 신용(통화)입니다.

 

그리고 제가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때, 문제가 되고 있는 빚을 수반하는 돈’,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돈은 광의유동성 L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즉 이때 언급하고 있는 은행은 시중은행을 가리키는 것이지, ‘중앙은행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비율로 볼 때 3% 미만인 본원통화를 공급(공개시장조작 활동으로)한 결과 중앙은행이 소유하게 된 국채의 이자수익을 국고로 귀속시킨다고 하여, ‘은행이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가 희석될 만큼의 유의미한 금액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대체로 순익이 나기는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또 순익 모두가 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화폐제도를 둘러싼 음모론 관련하여, 중앙은행의 순익이 국고로 귀속되긴 하는 것인지 여부 자체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 중앙은행의 순익은 어떻게 처리되나? 에서 정리합니다.

Posted by sailor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2013.07.16 11:0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슬퍼서 우는거 아니야..바람이 불어서 그래..눈이 셔서..


BLOG main image
세일러의 책, '착각의 경제학'과 '불편한 경제학'의 보충 원고를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by sailor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19)
착각의 경제학 관련 (6)
불편한 경제학 관련 (6)
경제 지표 (92)
부동산 (14)
환율 (9)
국채 투자 (7)
금 투자 관련 (6)
인플레 논쟁 (27)
대중문화로 보는 경제 (8)
이상기후, 식량문제 (6)
기타 (120)
미래의 변화 (13)
미래의 변화 질문 모음 (2)
Total : 1,377,664
Today : 1 Yesterday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