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의 벤 버냉키 의장은 경제학 천재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대공황 전공자이기도 하니 현재 상황에서 최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3류 매체조차도 버냉키 의장을 바보라고 조롱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달러를 그렇게 찍어대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부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전체 미국인 중에서 Fed의 의장인 버냉키만 모르고 있다고 조롱합니다.

 

과연 어느 쪽 평가가 맞는 것일까요?

버냉키는 천재일까요? 아니면 바보일까요?

 

우선 그가 정말 바보라면 그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Fed의 정책이 심각하게 여론의 역풍을 맞다보니 요즘 Fed의 인사들은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해명하기 바쁜 모습입니다. 아무리 Fed가 여론으로부터 독립적이라고는 하지만, Fed의 정책에 대해 여론으로부터 최소한의 지지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버냉키는 CBS TV‘60코너에 출연해서 열심히 해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http://blogs.wsj.com/economics/2010/12/05/bernanke-on-cbss-60-minutes/

 

코너에 출연한 버냉키는 Fed의 정책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One myth that’s out there is that what we’re doing is printing money. We’re not printing money. The amount of currency in circulation is not changing. The money supply is not changing in any significant way.

 

그의 말대로 미국에서 현재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고 있으며(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은 지난 11월 그래프까지 업데이트된 M3 추이 그래프입니다.

 

 

 

 

 

최근 M3 그래프가 살짝 들리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는 의미 없는 수준입니다. 버냉키도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The money supply is not changing in any significant way.

 

그리고 정작 2차 양적완화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기 시작한 11월부터는 M3가 다시 전월 대비로 근소하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본원통화를 무지막지하게 팽창시켜도 통화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Fed의 양적완화 정책은 도대체 무엇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버냉키는 명시적으로 정책의 목적을 밝히고 있습니다.

 

What we’re doing is lowering interest rates by buying treasury securities. And by lowering interest rates, we hope to stimulate the economy to grow faster.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경기회복을 돕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다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 이걸로 끝이라면, Fed의 양적완화정책을 둘러싼 이 엄청난 혼란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Fed, 그리고 버냉키 의장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2002년의 연설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연설은 버냉키 의장에게 헬리콥터 벤이라는 조롱섞인 별명을 앉겨주었던 유명한 연설입니다.

 

현재까지 Fed의 정책은 연설 내용 그대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버냉키는 대공황 전공자이므로, 현재의 각종 정책은 그가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2002년의 연설은 디플레이션 대응책을 정리해서 밝힌 것이니, 결국 그 내용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설 내용은 언론에 의해 잘못 이해되었고, 그로 인해 대중들은 막연하게 헬리콥터 벤의 이미지만 갖게 되었을 뿐, 이 연설의 진짜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연설의 핵심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하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작해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헬리콥터 벤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는 불편한 경제학책에서 긴 페이지를 할당하여 충분히 설명해놓았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책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글은 책에서 설명한 내용에 대한 보충설명이 되겠습니다.)

 

경제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실시하는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이 실시하는 통화정책입니다.

그런데 지난 글,

 

미국 선순환 vs 악순환, 채권시장 자경단의 등장

 

에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정책은 손발이 묶여버렸습니다.

 

2008년말 터져나온 경제위기 이래로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느라 신용여력을 모두 소진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국가도 그가 가진 신용여력을 모두 소진하면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하지 못합니다. 이제 미 연방정부는 의미있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뿐입니다. 언론마다 Fed와 버냉키 의장의 입만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 경제는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 상태입니다.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는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통화정책도 기본적으로 손발이 묶여버립니다.

 

기준금리를 0%로 낮춰도 아무도 대출을 받아가지 않기 때문에, 본원통화를 아무리 공급해도 통화량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민간의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현재 미국 경제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위에 소개해드린 통화량 추세입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정책의 양대축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다 무력화되어 버린 상황이 됩니다.

 

그런데 이 때 아직 한 가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남아 있는데, 그것은 경제 심리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원래 경제에서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것입니다. 때문에 시장의 심리를 적절하게 유도하는 것은 원래부터 Fed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였습니다. 전임 Fed 의장인 그린스펀이 바로 이 방면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함정 자체가 시장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기도 하므로, 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졌을 때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대중들로 하여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Fed가 시행하고 있는 1, 2차 양적완화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Fed는 위 그림에서 보듯이 본원통화의 팽창을 매우 과장된 모습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에 짐짓 과장된 이미지를 흘리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모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입니다.

 

최근 Fed의 회의석상에서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조치라는 표현이 사용된 일이 있는데, Fed의 속내를 잘 드러낸 언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ed는 현재 종이돈이 휴지조각이 될 지도 모른다충격과 공포를 줌으로써 대중들이 돈을 붙들고 있지 말고 쓰도록, 즉 소비하고 투자하도록 만들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동성 함정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것입니다.

 

Fed의 의도가 이러하다 보니 여론의 오해에 대해 해명을 해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모호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어찌보면 좀 바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원래 Fed의 발언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Fed의 발언은 주의깊게 해석해야 합니다.

 

결국 현재 버냉키 의장은 미국 대중매체들의 조롱을 사고 있지만, 그와 같이 조롱을 사는 것 자체가 버냉키의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원통화를 그토록 팽창시키면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부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체 미국인 중에서 Fed의 의장인 버냉키만 모르고 있다는 조롱을 사는 것 자체가 버냉키의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기꺼이 조롱을 감수하면서 뒤에서는 필사적으로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하고, 경제를 디플레이션 추세로부터 돌려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산시장의 상승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말에 세계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자산가격이 급락했다가 바닥을 찍고 나서 각종 자산시장들은 참 많이도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을 부양하면 경제 심리를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유동성함정 상태에 빠진 시장의 심리를 반전시키기 위해 자산시장을 이용하려는 정책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의 자산시장의 흐름을 조망하는 글을 계속 이어가려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글로 돌려야겠습니다.) 

 


 

Posted by sai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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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3 04:1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세계는 절대적으로 공정하고 공평 하나의 요점은 그게 아니 잖아.
  2. 2013.07.13 04:45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당신 매력있어, 자기가 얼마나 매력있는지 모르는게 당신매력이야
  3. 2013.07.1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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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을 봐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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