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의 예의

 

어떻게 저 무지막지한 재앙에
입 벌려
빈 소리를 낸단 말인가
어떻게 저 눈앞 캄캄한 파국에
입 다물고
고개 돌린단 말인가
이도 저도 아닌 속수무책으로 실시간의 화면을 본다

 

몇 천일지
몇 만일지 모를 일상의 착한 목숨들
이제 살아오지 못한다
어머니도
아기도
할아버지도 휩쓸려갔다
아버지도
누나도 친구들도 어느 시궁창 더미에 파묻혔다
그리도 알뜰한 당신들의 집
다 떠내려갔다
배들이 뭍으로 와 뒤집혔고
차들이 장난감으로 떠내려갔다 우유도 물도 없다

 

인간의 안락이란 얼마나 불운인가
인간의 문명이란 얼마나 무명인가
인간의 장소란 얼마나 허망한가
저 탕산 저 인도네시아
저 아이티
저 뉴질랜드
오늘 다시 일본의 사변에서
인류는 인류의 불행으로 자신을 깨닫는다

 

 

 

고은 시인의 말마따나,

쓰나미가 휩쓰는 모습도, 원전 사고가 시시각각 악화되어가는 모습도

그저 “이도 저도 아닌 속수무책으로 실시간의 화면을 지켜볼” 뿐입니다.

 

지켜보면서 “인간의 문명이란 얼마나 무명인지” 깨달아가고 있고,

“인류는 인류의 불행으로 자신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주장에 대해 살펴보는 글을 다음에 쓰겠노라고 약속드린 바가 있고,

지금 일본에서 빚어지고 있는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어떤 경제분석 글을 쓴다는 것은,

고은 시인의 말대로 “저 무지막지한 재앙” 앞에서 입 벌려 내는 “빈 소리”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글을 쉬면서 그저 “이도 저도 아닌 속수무책으로 실시간의 화면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다음 번 글에 대해 약속드린 바가 있어 혹시나 저의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인사차 이 글을 올립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원전 사태가 극단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일이 없이 안정되어가기를 기원합니다.


Posted by sai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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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4 00:2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당신은 내가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니예요,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사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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