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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설명 4> ‘이자 없는 돈’의 존재가능성

 

 

불편한 경제학’ 2장에서 소개한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전에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로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댓글이나 답글을 통해 이런 경우에는 이자 없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해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다같이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을 여기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은행이 이자수익을 통해 생겨난 순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이자’에 해당하는 돈이 다시 경제 내로 주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제기가 있었습니다.

 

이 의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자면,

 

먼저 은행업이라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자본투자(본원통화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주십시오)가 필요하다, 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사든지 최소한 임차하든지 해야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은행의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배당금은 통상 이 투자금(이 투자금 역시 빚을 수반한 돈임에 유의)에 대한 최소한의 수익금(통상 투자금이 발생시키는 이자를 갚을 정도.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정도)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배당금을 급증시킨 사례처럼 특수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배당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기회비용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입니다. 이는 당연한 원리입니다. 왜냐 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자본은 팽창을 지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팽창을 지향하지 않는 자본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자본이 끊임없는 팽창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본이나 자본가 스스로도 거부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이는 바로 마르크스가 지적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주주에게 주어지는 배당은 투자금이 수반하는 빚이 발생시키는 이자비용을 갚을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역시 다른 사람들의 원본을 가져온 것에서 생겨난 것일 뿐입니다. 즉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보충해주지 못합니다.

 

 

2) 국민 누구나가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은행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말씀을 주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불편한 경제학’ 186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현행 통화시스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많이 거론하는 유명한 사례를 하나 제시한 것이 있습니다.

 

돈이 금화라고 할 때, 1달러를 연 6% 복리로 빌리면 40년이 안 돼 10달러가 됩니다. 10배가 넘게 되는 것입니다(<그림 2-13> 복리 그래프 참조).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의 양이 늘어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그 가운데 10%를 연 6%의 복리로 빌려주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40년 안에 이 세상의 금화는 모두 은행 차지가 될 것입니다.

 

제가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자뺏기 게임이 벌어지게 된다(메기의 존재)고 말씀드릴 때에는 ‘은행 밖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 누구나가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은행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은, 은행도 ‘경제 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은행도 경제 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까, 는 제가 위에서 제시한 사례를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아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위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은행으로 부가 집중되면 될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부의 집중으로 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불편한 경제학’ 3장에서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은행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사라질 수 있는 길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은행의 주식을 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 소유하고, 은행의 영업활동으로 인해 생겨나는 순익을 내부에 유보시키지 않고, 모두 국민주주들에게 배당한다면 문제는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실현되었다는 얘기와 같은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은행 시스템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을 국유화 할 것을 주장했으니까요.

은행의 주식을 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 소유한다, 은행의 순익이 모두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는 얘기는 곧 은행을 국유화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국이나 대한민국에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실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3) 그럼 현실적인 실물 경제에서 정말 은행의 팽창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이는 자본주의 역사의 진행과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경과하여 자본주의가 성숙 단계에 이르면 예외없이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되는 결과로 귀착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운용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고 금융자본에게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반면 금융자본은 신용창조를 통해 무()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조달하는 데에 어떤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 물론 예금자에게 예금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만, 언제나 예금이자보다는 대출이자가 높도록 예대마진이 보장되기 때문에 신용창조를 반복하기만 하면, 자본조달에 비용이 들지 않는 셈입니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그리고 경기변동이 몇 차례 발생하기만 하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는 ‘시간문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경제에는 순환주기가 있습니다. 경기는 항상 변동합니다. 산업자본은 경기의 변동에 취약한 것입니다.

불황 때문에 산업자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금융자본은 이를 출자 전환하여 주식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매우 쉽게 산업자본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구조상 금융자본이 이길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시간은 금융자본의 편이므로).

 

이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증이 된 사실입니다. 몇 번의 금융공황을 거치다 보면 결국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완전히 지배하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동안 금융 관련 법규에 금산분리의 원칙이 존재했기 때문에 금융자본에 의한 산업자본 지배 현상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규의 개정이 이루어진 상태라서 우려스럽습니다.)

 

 

4) 부도가 나면 그 부도가 난 금액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게 된다, 는 이의제기가 있었습니다.

 

이 지적은 맞는 말입니다. 부도가 나면 그 액수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 부도가 나면 사회 내의 나머지 경제주체들은 부도난 주체가 소비해준 돈(이면서 은행이 회수해가지 못한 돈) 덕분에 (메기의 압박으로부터) 다소간 숨통이 트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부도가 난 금액 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사회 내에 존재하게 된 것이므로 신용(통화)시스템 입장에서 보면, 그 만큼은 통화가 과잉공급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회 내에는 인플레이션이 생겨날 요인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막아야 신용(통화)시스템의 강점이 발휘되도록 제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신용(통화)시스템은 이와 같은 사태를 기필코 막고자 합니다.

 

그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불량자를 그토록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유가증권을 매입함으로써 본원통화를 공급할 때 유가증권의 ‘적격성’을 매우 엄밀하게 따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매입한 유가증권이 부도가 나 버리면, 그 부도난 금액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되어버립니다. 그만큼 경제 내에 과잉 본원통화를 공급한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러한 사태를 극력 피하도록 시스템이 짜여져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보면, 부도가 난다는 말 자체가, 영구적인 팽창은 불가능하다, 중간에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있다, 는 말과 같은 얘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역사의 진행은, 중간중간 무너짐(=부도가 남)으로써, 빚 잔치를 벌여 회수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회수(그 결과 통화량이 줄어들게 됨 -> 신용수축)하고, 부도가 난 금액 만큼은 강제로 부채탕감을 시키고 함으로써, 거품을 뺀 후(GDP 대비 100%대 정도로) 다시 새출발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도가 나면 사회의 나머지 경제주체들에게 그 금액 만큼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긴 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통화의 과잉 부분이 결국 대출금의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은행으로 흡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경제는 결국 다시 팽팽한 긴장상태(메기가 압박하는)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5) 중앙은행의 활동에 따라 생겨난 순익(그 대부분은 공개시장조작 활동의 결과 보유하게 된 국채의 이자 수익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입니다)이 국고로 환류되는 것이,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하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지적은 아마도 화폐제도를 둘러싼 음모론의 영향을 받아 생긴 듯 합니다.

화폐제도를 둘러싼 음모론의 논리 전개 과정을 보면, 중앙은행이 경제에 모든 돈을 공급하는 것처럼 설명합니다.

 

그 결과 은행이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음모론의 영향을 받은 분들의 경우, 사회 내에 존재하지 않는 이자를 거둬가는 주체를 중앙은행과 동일시하는 듯 합니다.

 

이와 같은 동일시의 결과로, 중앙은행의 순익이 국고로 환류되는 것이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현대 경제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돈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 점이 현대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뼈대가 되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헷갈려버리면 모든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가 틀어져버립니다.

 

불편한 경제학에서 제시해드린 < 2-1> 우리나라의 월별 유동성 지표와 <그림 2-3> 우리나라 역대 유동성 지표 추이 그래프를 보면,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 금액과 여러 유동성 지표의 금액 비율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본원통화를 광의유동성 L 과 비교해보면, 그 비율이 3% 미만입니다. 나머지 97% 이상은 모두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로부터 생겨나는 신용(통화)입니다.

 

그리고 제가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때, 문제가 되고 있는 빚을 수반하는 돈’,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돈은 광의유동성 L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즉 이때 언급하고 있는 은행은 시중은행을 가리키는 것이지, ‘중앙은행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비율로 볼 때 3% 미만인 본원통화를 공급(공개시장조작 활동으로)한 결과 중앙은행이 소유하게 된 국채의 이자수익을 국고로 귀속시킨다고 하여, ‘은행이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생겨나는 구조적인 문제가 희석될 만큼의 유의미한 금액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대체로 순익이 나기는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또 순익 모두가 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화폐제도를 둘러싼 음모론 관련하여, 중앙은행의 순익이 국고로 귀속되긴 하는 것인지 여부 자체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 중앙은행의 순익은 어떻게 처리되나? 에서 정리합니다.

Posted by sai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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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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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서 우는거 아니야..바람이 불어서 그래..눈이 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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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설명 3> 본원통화 창출의 난이도

 

금본위제 하에서라면 정부가 세입(稅入)을 넘어서는 추가 재원을 조달해서 집행하기를 원하면(바로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금화 내지는 금 보관증)을 빌려와야 할 것입니다. 역사에 나타난 사례들을 보면 주로 은행가들과 부유한 상인들에게서 빌려오게 됩니다(위 표에서 ‘정부의 적자재정 조달’ 항목 참조).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기록이 프랑스에 남아 있는데,

18세기말에 프랑스의 혁명정부가 그린백에 해당하는 아시냐 지폐를 발행하기 직전 상황을 보면, 40명 정도되는 은행가들과 부유한 상인들이 정부에 대한 채권자들이었습니다.

 

1788년 한 해 동안 프랑스 정부가 이들 40명의 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 하는 채무(상환 만기가 된 원금과 이자)가 그 해 예상되는 총세입의 63%에 달했습니다.

프랑스 전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 중 63%가 매년 원리금 상환을 위해서 40명의 채권자들 수중으로 들어가고, 남는 37%만을 가지고 국가의 재정을 집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발로 그린백 운동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린백 진영의 주장은 아주 짧게 요약한다면,

도대체 왜 국가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오는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올 것이 아니라 돈을 찍어내면 된다, 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국가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게 되면 나중에 상환만기가 돌아오면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은행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앞서 프랑스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국가가 직접 돈을 찍어내게 되면 나중에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누군가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일은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린백 운동이 태동하게 되는 것은 이 차이 때문입니다. 왜 국민들의 혈세로 은행가들의 배만 불리느냐,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국가 경제가 그린백시스템을 채택하게 되면,

본원통화인 지폐의 신규창출은 전적으로 발행권자인 국가의 결정 여부에 따라 그냥 인쇄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다른 제약조건은 없습니다.

정부가 세입 이외에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경우에도 은행으로부터 대부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고, 필요한 액수만큼의 돈을 그냥 찍어내면 됩니다.

단 국가는 이렇게 자유롭게 돈을 찍어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경제를 운영한 최종적인 결과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이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불태환 화폐제도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팽창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그린백시스템에 해당하는 얘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얘기를 신용(통화)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하면 그것은 틀린 얘기가 됩니다.

 

그럼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어떻게 본원통화를 창출하는 것일까요?

먼저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신용창조의 결과물인 신용통화 만이 아니라, 본원통화 자체도 역시 빚을 수반함이 없이는 ‘절대’ 공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 그린백시스템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신용(통화)시스템 하에서 본원통화인 지폐가 신규 창출되는 절차는 좀 미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평상시에 본원통화의 공급은 원칙적으로 ‘공개시장 조작(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 등의 유가증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고 그 매입 대금으로 본원통화를 내어줌으로써 본원통화가 경제 내에 공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 본원통화 공급분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되고, 그 대신 중앙은행으로 들어온 국채는 그에 대응하는 ‘자산’으로 기재됩니다. 이렇게 해서 대차대조표는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즉 이 경우를 보면 본원통화의 공급이 ‘빚’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누군가에게서 채권을 매입했다는 말은 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 외에 금융위기가 터졌을 경우, 중앙은행은 최종 대부자로서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부’를 해줌으로써 본원통화를 공급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불편한 경제학’ 4장의 헬리콥터 벤에 대한 오해 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경우에도 역시 대부를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본원통화의 공급은 빚을 수반하고 있다는 사실만 말씀드리고 지나가겠습니다.

 

결국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평상시든 비상시든 본원통화가 빚을 동반함이 없이는 결코 공급될수 없으며, 이 점이 그린백시스템과 구별되는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다음으로 통화시스템 비교표에서 본원통화 창출의 난이도를 언급하면서 신용(통화)시스템 쪽이 ‘일정량까지는 그린백시스템보다 더 쉽다’고 말씀드린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신용(통화)시스템에서 평상시에 본원통화의 공급은 원칙적으로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고 그 매입 대금으로 본원통화를 내어줌으로써 본원통화가 경제 내에 공급된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고 본원통화를 내어줄 때 이 본원통화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요?

 

그냥 윤전기에서 찍어내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원하는 만큼 그냥 윤전기를 돌려 찍어내면 되고,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조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도 있는 본원통화의 창출을 중앙은행 임의대로 한다는 것, 중앙은행 마음대로 얼마든지 그냥 찍어내도 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처럼 Fed가 민간소유인 경우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본원통화 공급의 반대급부로 국채가 중앙은행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본원통화가 얼마가 창출되든 그 만큼에 상응하는 ‘적격’ 국채가 중앙은행으로 들어오면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적격 유가증권이 중앙은행으로 들어오고 본원통화가 시장에 공급된다는 얘기는, 시장 입장에서 보면 본원통화를 대출받은 것입니다. 시장이 스스로의 의욕에 의해서 ‘부채를 짊어지면서’ 유동성을 공급받는 것이므로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적격 증권이란 나중에 문제없이 상환이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상환되는 시점에서는 본원통화가 환수될 것입니다.

 

이처럼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한(그리고 적격 증권을 제공하는 한) 중앙은행이 아무런 제약조건 없이, 얼마든지 그냥 윤전기를 돌려 현찰을 찍어내서 제공하면 되므로 본원통화의 창출이 아주 쉽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그린백시스템에서보다 더 쉽습니다. 그린백시스템에서는 반드시 빚을 수반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없고 국가가 결정하면 되므로 역시 본원통화의 창출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빚을 수반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없는 만큼, 발행에 유의하지 않으면, 과다발행으로 언제든지 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린백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 국가는 본원통화의 창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됩니다. 국가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는 만큼 의회의 동의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그냥 윤전기를 돌리면 되는 신용(통화)시스템 쪽이 본원통화의 창출이 더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표에서 요약한 대로 되는 것입니다.

본원통화 창출의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일정량까지는 신용(통화)시스템 쪽이 더 쉽다, 그러나 무한창출은 불가능하다.

 

이게 바로 다른 통화시스템에 대한 신용(통화)시스템의 강점입니다.

일정량까지는 가장 쉽게 통화팽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 발전이 촉진된다, 하지만 시스템 구조적으로 무한창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스템 자체가 망가지는 위험은 방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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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병혁
    2010.04.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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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에 글을 남겼는데 질문 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좀 봐주시고 의견을 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2013.07.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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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반짝반짝 빛이 나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빛은 사라저버릴거야,지금 우리처럼
  3. 독자
    2016.12.23 18:3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미국의 printing money가 무슨뜻인지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들어오게 됐는데
    너무 쉽게 깨우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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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설명 1> 지폐 발행주체의 성격

 

금본위제 시절의 지폐는,

금이나 금화를 거래에 직접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므로 금을 은행에 가지고 가서 보관해달라고 맡기면 은행은 금보관증을 내주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어느 은행이나 금보관증인 은행권, 즉 지폐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백가쟁명식으로 모든 시중은행들이 금을 보관하고 금보관증인 은행권을 발행했습니다. 그러므로 다종다양한 은행권이 사회 내에 유통되었습니다.

(독점적인 중앙은행권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백가쟁명식 은행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금본위제라면 이는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고, 또 진정한 경제자유주의 입장이라면 이게 바람직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중앙은행만이 은행권을 발행하는 것은 분명한 ‘독점’으로서 독점의 부작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다 중앙은행이 출현하면서 중앙은행권과 시중은행권들이 병존하는 시기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금본위제 하에서도 중앙은행만이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해갑니다.

 

그린백시스템에서는,

국가가 지폐의 발행주체가 됩니다.

형식상 중앙은행의 명의로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전적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에 따라 중앙은행이 기계적인 절차만을 대행한 것으로, 발행주체는 국가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발행주체가 됩니다.

신용(통화)시스템의 제도로서의 장점을 살리고 제도 자체가 왜곡되지 않게 운영되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물론 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어떤 것으로 볼 것인가는 매우, 매우, 매우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여기서는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그냥 지나갑니다.

그 한 가지는 신용(통화)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경우는, 신용(통화)시스템이 그린백시스템과 유사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생겨나던 당시가 바로 이러했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신용(통화)시스템을 기반으로 했지만, 중앙은행(라이히스 방크)의 독립성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사실상 그린백시스템과 유사해졌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별도의 글을 통해 세계 각국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별도 설명 2> 부분지급준비금 제도

 

흔히 금본위제도는 임의적인 통화량 팽창을 막는 제도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폐인 은행권이 도입되고, 시중은행의 부분지급준비금 제도가 합법화되고 신용창조가 허용되면 경제시스템 내에 신용(통화)가 생겨납니다.

 

금본위제도의 장점이 순수하게 발휘되려면 아예 금속화폐 제도이거나, 은행권이 유통되는 금본위제의 경우 100% 완전지불준비금 제도에 기반해야 하는 것입니다.

18세기경 금본위제도에 부분지급준비금 제도가 결합된 순간부터 금본위제도는 순수한 금본위제도라기 보다는 신용(통화)시스템의 요소를 절반쯤 도입한 셈이 됩니다(시중은행의 신용창조를 통한 통화량 팽창). 단 임의적인 본원통화 창출이 억제됨으로써 통화량 팽창을 제한하는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린백시스템에서 부분지급준비금 제도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대부분 채택하긴 했습니다만, 실제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사례에서도 부분지급준비금 제도가 기능하지 않았던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신용(통화)시스템은 부분지준금 제도가 있고 나서야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즉 부분지준금 제도는 신용(통화)시스템의 본질을 이루므로 불가분입니다.

Posted by sai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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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bhj4323
    2010.08.11 02: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세일러님의 불편한 경제학 잘읽었습니다~~
    경제에 관심은 많지만 아직고1이라 책내용 이해가 많이 힘들더군요.~~
    수행평가때문에 화페제도좀 퍼가겠습니다^^
  2. 2013.07.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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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매력있어, 자기가 얼마나 매력있는지 모르는게 당신매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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